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많았다. 늘 수고해 주시던 운전수 아저씨가 기산회 생긴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7시30분 정각에 버스 좌석이 가득 찼다. 역시 군사령관의 압력이 대단했나 보다. 대전에서 올라오는 팀과 강원도 팀이 합류하여 49명이 증명 사진을 찍으려 하니 앞줄이 앉고 다음 줄은 반쯤 서고 해서 겨우 대오가 갖추어졌다. 이중에서 대부분의 여학생들을 포함한 절반 이상은 황사영 백서로 유명한 천주교의 배론 성지를 답사하러 떠났고 나머지 산돌이들과 홍일점이 10시8분 남대봉을 향해 출발하였다.

등반이 시작된 것은 그 후로 25분쯤 지나서 2.3Km의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벗어나서 부터이다. 그러니 사실 오늘의 등반 코스는 앞뒤 포장 도로 4.9Km를 빼고 나면 5.8 Km인 셈이다. 그래도 1000m 이상에 자리잡고 있는 남대봉을 300m고지에서부터 오르는 것이라 800m 이상을 치고 올라가는 난코스임에는 틀림없다. 대장이 4시간 30분 정도의 코스라고 했으니 기산회 통념상 여기에서 1시간30분 정도를 더하면 오후 4시경에는 모두 하산할 것을 예상하였다.

3월도 중순인데 아직 온통 눈으로 뒤덮힌 추운 날씨에 철없는 사람들처럼 완전무장으로 꽃샘추위를 거슬러 올라갔다. 앞서간 특A조가 보이지를 않는다. 놈들은 인정사정도 없는가 보다. 윤재 선상님을 보라 맨 뒤에서 의지의 사나이들이 헐떡이며 따라오는 있는 후미를 언제나 처럼 함께 지켜보며 올라 오고 있는데 고삐 풀린 망아지 처럼, 아니면 흰 눈을 만난 강아지 처럼 벌써 상원사를 돌아 옆길로 새었다가 다시 돌아 왔다는 것이다. 아직도 2.8인가 보다. 그래도 이 넘들 덕분에 기관차처럼 우리들을 끌고 가는 견인력이 전해 오는가 보다. 하여 우리들은 한번도 쉬지를 않고 계속 올라왔다.

남대봉 산불방지 막사 옆에서 추위에 떨며 쪼그리고들 점심을 먹었다. 누구하나 요리에 속하는 음식물을 가져온 사람이 없다. 김밥, 유부초밥 그리고 쌘드위치가 전부이다. 포도는 많았다. 순병이 형님이 밥으로 바꿔 먹으려 코스트코까지 가서 많이 많이 가져왔다. 그래도 식욕을 돋구워 주는 분이 옆에서 우리들과 같이 식사를 하셨는데, 긴털이 난 먹음직스런 멍멍이였다. 오늘은 밑에서 횡성 한우가 기다리고 있으니 적당히 때우라는 대장들의 명령이 있었다. 대장이 둘이다. 뒤에서 대장하고 불러 기산회 대장이 돌아보면, 아니 사령관 불렀어. 그리고 김 대장이 돌아보면 우리 대장은 한 대장인걸…이리 놀려댈 법도 했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두 사람 다 술을 드시기 전까지는 젊잖으셔서 농이 잘 나오지를 않았다.  

오래 있을 이유가 없다. 내려가자. 가는 길에 영원사에 들려 참배하고 쉬야도 하고 가자. 그런데 절하고 들렸다 온 친구가 이곳은 비구니가 지내는 사찰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여자 해우소가 매우 크고 남자것은 작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까 대웅전에서 뱃살 빼려고 부처님께 참배를 열심히 하고 계신 분도 여자였다는 것이다고 말하자 남자 스님이 나타나 그 말은 쏙 들어 갔다. 기억나는 것은 별로 없고 두룹나무가 어떻게 생겼다는 둥, 요즘 절에서도 고객관리 차원에서 여자 화장실도 크게 만들었다는 둥, 산세가 좋은데, 이 나라 명당들마다 사찰이 들어서 있다는 둥. 가파른 산길을 조심조심 내려왔지만 2시30분이 되어 대장이 말한대로 정확하게 4시간 반만에 산행이 끝났다. 후미가 나타난 것은 3시.

군사령부 군인회관에 들어서서 우아하게 식사가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정신 없이 쳐먹기 시작하였다. 이건 코스요리였다. 군에서는 병장이 제일 높다는 사실을 아시는가요? 김병장 미남이시군요. 한우가 참 맛있어요 하면 줄창 고기가 나온다. 말끔한 꽃미남들이 서브를 하는데, 사모님들은 싱글 벙글하였다. 잠간. 해병대 출신이 팔장끼고 술먹는 의식을 치루잔다. 드디어 주선들이 모여들었다. 기막힐 노릇이다. 맥주잔으로 소주를 가득 부어 완샷한다는 것이다. 네명의 주선들이 이 성대한 의식을 치루었는데 1등을 한 해병대는 곧 고개를 떨구고 묵상에 들어갔다. 2등을 하신 사령관은 그때부터 phil-madam club회장으로 변신하였고. 여느때 처럼 구수한 Y담; 영이와 철수가 똥고를 찌르는 놀이를 하는데, 그날은 다른 곳을 찔러서 영이가 틀렸다고 하니, 철수가 하는 말이 오늘은 손가락으로 찌른 것이 아니란다.

노래방이라 했는데 사실은 섹소폰 소리 구성진 일급 캬바레 수준이다. 초청가수를 자청하신 분이 마이크를 잡고 새로 취입한 조금 느글한 곡을 불러대신다. 아니 어두컴컴한 곳에서 썬글라스는 왜? 다음 선수 역시 “아주머니 가정을 포기하시지요” 라는 느끼한 노래들이다. 연이와 대장은 그때부터 홀 안에 있는 여자란 여자들은 죄다 손을 보아주었다. 연이는 알고 보니 댄스강습 2개월째란다. 젊은 오빠와 밴드부 출신들이 나타나 화음도 넣고 노래 불러 주었다. 그러자 강준석 부부가 불러주는 간단하나 서정적인 노랫소리에 하모니카가 등장하였다. 순간 0.1초 동안 모다들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래. 산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야!

예정된 시간이 휠씬 넘어서야 노래다 부르고 아쉬운 것인지 어께 동무. 아까 했는데 또 해? 오늘 몇 번 하는거야? 석별의 정을 나누고 1군 사령부에서 나누어준 마패( 믿거나 말거나 이것 보여주면 강원도 지역에서 음주운전 무사통과라고)를 하나씩 받아 들고 대전으로 강원도로 서울로 삼방으로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 냉수 먹고 정신차려 보니 오늘 또 0.2kg 올랐다. 등산은 몸에 좋은데 2부 순서는 마음에 너무 좋아서…빠지지 말아야지. 기산회 대열에 끼어 있는 날까지 난 팔팔할테니까. 다음 번에는 빨리 신청해야지, 늦으면 짤려. 자가용타고 따라가야 해.

<김 성환>